코펜하겐은 도시 전체에 물이 퍼져있는, 정말 수변친화적인 도시이다. 도시 3면이 바다에 둘러 쌓여 있어 워낙 물에 대한 접근성이 좋기도 하지만, 도시 곳곳에 하천과 운하가 흐르고 또 건물과 맞닿아 있다. 사실 북유럽 기후가 그렇게 야외 활동 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님에도 작게작게 공원이나 오픈스페이스가 참 많고 또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어서 참 좋아보였다. 물론 넓은 공공 공간에 비해 도시의 인구밀도가 상당히 낮고, 짧은 여름 시즌 이외엔 사람들이 그리 많이 사용하는 것 같아보이진 않아서 겉보기에만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공원과 waterfront를 따라 자전거 도로가 정말 잘 조성되어 있어서, 빨리가도 40분은 걸리는 출퇴근 거리를 그 추운날씨에 매일 자전거로 다녀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역시 태생이 한국인이라 그런지 군기 바짝든 육군병장만기전역자의 마인드로, 그리고 절대 첫인상을 망치면 안되겠다는 신입사원의 마인드로, 첫 출근 전에 집에서 회사까지 출근 시뮬레이션을 자전거로 두번이나 해보고 나서야 마음이 좀 편해졌다. 사실 편해진 건 아니었고 거의 설렘1 걱정9 의 마음가짐으로 첫 출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대망의 출근 첫날, 웅장하게 깃발이 휘날리는 공장건물 같은 오피스에 처음 들어가고 느꼈던, 설레면서 신나는 감정은 아직도 참 생생하다. 여름 휴가기간에 코로나까지 겹쳐서 오피스에 사람도 얼마 없었지만,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높은 층고와 big의 시그니처 조명, 그리고 여기저기 넘쳐나는 큰 모델들까지, 유튜브에서나 보던 외국 디자인 회사의 playful한 바이브 그 자체였다. 그저 들뜬 상태로 같이 시작하는 친구들과 다같이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정신 없이 맛없는 danish 도시락을 먹고나서야 컴퓨터와 함께 1층 한가운데에 자리를 배정받았다. 첫 프로젝트는 중국 항저우에 있는 괴물같은 못생긴 오피스 건물이었지만, 신입사원 답게 디자인이 정말 너무 멋지고 나도 빨리 시작하고 싶다고 포부를 당차게 밝혔다. 아쉽게도 그리고 다행히도 담당 사수가 휴가 중이라 해야할 일이 딱히 없었어서, 정말 복지 좋은 북유럽 국가의 휘게 라이프를 맘껏 즐기면서 첫 일주일을 보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일주일 후에 지옥같은 고생길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