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에서 gsd까지 그동안 많은 수업을 들었고 많은 교수님들을 만났지만 네리후는 앞으로도 평생 잊지 못할, 내 학창시절 최고의 수업으로 기억될 것 같다. 수업 크리틱부터 마지막 리뷰까지 기억에 남을 인상적인 순간들이 많았고, 학기가 끝난 이후에도 여운이 정말 많이 남는 스튜디오였다. 사실 처음 학기 시작할 때는 기대가 아예 없었지만, 끝나고나니 프로젝트 결과물 뿐만 아니라 교수의 티칭 스타일과 수업 내용, 그리고 마지막 리뷰 코멘트들까지 정말 맘에 들었던 학기였고 그만큼 많이 배우기도 했다. 아마 미국에 오고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말 후회 없이 모든걸 쏟아 부은 학기였어서 그 결과가 더 갚지게 느껴졌던건지도 모르겠다.
모든 스튜디오가 그렇지만,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항상 아쉬운 부분이 많이 생기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번 스튜디오도 좋아했던 만큼 참 아쉬움과 여운이 많이 남는다. 그래도 건축과 urban design에 대한 내 스탠스를 다시 한번 정리하고, 스스로에게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가져다 준 스튜디오기도 했다. 물론 스튜디오가 끝난 후 지금까지도 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얻진 못했지만, 기억이 더 희미해지기 전에 내가 가졌던 고민들과 생각들을 아카이빙해 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네리앤후를 처음 알게 되었고 또 실제로 처음 본건 2016년 베를린에서였다. 학부 4학년 때 운좋게 벨룩스 공모전의 아시아 대표로 선발되었고, 2차 발표를 베를린에서 열린 world architecture festival에서 하게 되었다. waf는 전세계의 많은 회사들이 참가해서 서로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평가하는 자리였는데, 네리앤후도 그 회사들 중 하나였다. 신나서 유명한 회사들이랑 건축가들을 구경하러 하루종일 여기저기 부스를 돌아다니다가 어쩌다 네리후의 발표를 듣게 되었는데,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중국인 듀오였지만 아직도 그때 넋 놓고 발표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우선 두 명 다 영어와 말을 정말 잘했고, 또 프레젠테이션을 진짜 기가 막히게 잘했다. 그때 바로 구글에 찾아보고 웹사이트에 들어가봤는데, gsd 출신인걸 보고 아 역시 건축고수들은 다 하버드구나…싶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19년 가을, gsd에 입학하게 되었다. 마침 내가 학교에 오고 첫 학기 때 네리후가 옵션 스튜디오를 맡아서 티칭을 하고 있었어서, 거의 3년만에 네리후를 실제로 다시 보게 되었다. 첫 주에 옵션 스튜디오 로터리 프레젠테이션을 들으면서도 여전히 말을 참 잘하길래, 혼자 감탄하면서 gsd에 있을 때 꼭 한 번 수업을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내 첫 학기엔 urban design 코어 스튜디오를 들을 수 밖에 없었어서 그 때는 네리후 수업을 들을 기회가 없었다. 그리고나서 처음 1년 동안은 urban design 스튜디오와 수업만 잔뜩 듣게 되었다. 또 그 이후에도 1년동안 인턴을 하며 마스터플랜만 계속 하고 나니, 학교에 다시 돌아가면 스튜디오는 urban 보단 꼭 건축건축한 스튜디오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1년 간 유럽에 있으면서 잊고 지냈던 유럽 건축 뽕이 살짝 다시 생기기도 했고🥺
그래서 사실 지난 학기 스튜디오 로터리를 할때 1지망은 크라이스트 간텐바인이었다. 교수 라인업이 꽤나 좋은 학기였고 토시코나 코헨 등 예전부터 듣고 싶은 수업도 있었지만, 정말정말 간텐바인을 듣고 싶었어서 인기 많은 네리후를 2지망으로 쓰면 1지망이 될 것 같다는 어줍잖은 전략으로 베팅을 했다. 하지만 모든 애들이 같은 생각으로 크라이스트 간텐바인을 노리고 있었고, 오히려 정말 제발 안됐으면 좋겠던 네리후에 당첨되어버렸다. 그땐 네리후 사이트가 중국이라 듣기 싫기도 했고 또 유럽 스튜디오를 듣고 싶었어서, 오히려 3지망이었던 파시드의 하우징 스튜디오가 됐으면 차라리 나았을 것 같았다. (만약 파시드 들었으면 최악의 학기가 되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