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학기가 끝나고 혼자 계속 생각을 해본 지금도, 아직 나디르의 질문에 대한 나만의 답을 모르겠다. 내가 제안하는 도시가 수직적으로 확장되는게 맞는지, 점점 고밀도로 채워지는게 맞는건지, 그리고 그게 어떤 방향이던 그걸 내가 어떤 기준으로 define 하고 또 판단할 것인가. 사실 지금까지 몇년 간 urban design을 쭉 본격적으로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나만의 그런 기준에 대해 제대로 깊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항상 urban deisgn은 디자인의 궁극적 목적이 공공의 이익이라는 생각에 프로젝트에서 나의 주관적 개입을 최대한 지양하려 했었지만, 그 framework조차 결국 자신의 판단의 결과물이니까. 그 판단의 기준에 대한 나만의 확고한 argument와 스탠스가 필요하긴 한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꼬리를 물던 생각들은 결국 네리후에 대한 나의 비판적인 고찰로 이어졌다. 네리후는 명실상부 스타아키텍트의 반열에 올랐고 아카데미아에서도 확실한 입지를 다진 교육자이지만, 절대 urbanism의 scope로 프로젝트를 바라보고 이해하지는 못했다. 단순히 다이어그램 하나와 스토리텔링으로 urbanism을 논하기엔 디자인 결과물이 너무나도 건축가의 시선 중심이었고, urbanism argument를 위해서 프로젝트에서 어떤 점이 더 필요한지 나한테도 가이드 해주지 못했다. 반면에 urbanist인 (그리고 maud 졸업생인) 나디르의 눈에는 전체적인 내러티브와 디자인 결과물이 서로 결이 안맞는다는게 눈에 바로 띄었고, 그래서 그 부분을 바로 지적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건축 재료, 텍토닉, 그리고 지붕 비례 같은 건축적 요소들만 강조하면서 막상 내러티브의 기본이 되는 큰 그림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었으니 말이다. 같은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이런 다른 시선이 architect와 urban designer를 구분 짓는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다. 네리후에 대한 이런 생각도 결국 내가 maud니까 더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예전에 네리후에서 일했던 친구가 나한테 ‘네리후는 건축은 잘하지만 urban design은 별로 못한다’라는 말을 했었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이제는 너무나도 잘 알 것 같았다. 정말 네리후에게 많이 배운 만큼 네리후의 한계도 느낄 수 있었던, 스스로 시야도 넓어지고 머리도 커진 학기가 아니었을까. 지금까지 항상 스튜디오에서 교수들의 말에 설득 당하고 끌려다니며 프로젝트를 했었고, 뼛속까지 태생이 조선인이라 아직도 교수들의 의견에 반박하고 싸우는게 가장 어렵지만, 그래도 이젠 교수의 스탠스를 크리틱하고 challenge할 수 있게 된 게 이번 학기 나의 가장 큰 성장이라면 성장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네리후를 말싸움과 논리로 이기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기에 얼굴보고 debate하고 설득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뒤에서는 혼자 이길 수 있게 되었다🌚
학기가 다 마무리 되고 네리후와 exit interview를 할 때, 내가 이 부분을 살짝 언급하면서 수업에서 약간 아쉬웠던 부분이었던 것처럼 지나가듯이 말을 꺼냈다. 하지만 어른인 네리후는, “우린 일부러 너가 익숙하지 않은 스타일의(urban design이 아닌) 건축과 디자인을 하는 걸 푸쉬했다. 그리고 너가 그걸 이겨내고 점점 배우면서 성장하는 걸 볼 수 있어서, 우린 너가 너무 자랑스러웠는걸” 라는 극대인배 같은 대답을 해서 나를 다시 작아지게 만들었다..😩 역시는 역시 역시랄까… 그러고는 나중에 졸업하면 상하이에서 일해보는건 어떠나며, 상하이와 자기 회사 자랑을 하면서 그렇게 진심인지 아닌지 모를 잡오퍼를 주고 훈훈하게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 한달 후, 기대도 안한 나에게 네리후는 디스팅션을 주었고, 네리후는 곧바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축가 중 하나가 되었다🙂
참 마지막까지 좋은 기억만 남기고 떠난 절대 못 잊을꺼 같은 좋은 사람들이라, 이런 좋은 스튜디오를 들을 기회가 있었던 것에 너무나도 감사한 학기였다. 그리고 네리후도 앞으로 정말 더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워낙 사무소 포지셔닝을 잘해놔서, 이대로면 나중에 정말 프리츠커 받는 것도 크게 무리는 아닐꺼 같긴하지만… 말로는 곧 뉴욕 오피스를 열꺼라는데, 조만간 미국에서 꼭 다시 만날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절대 안까먹을테니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편하게 연락하라던, 장난꾸러기 같은 린던의 말이 진심이기를 빌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