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rdv는 매년 두번씩 인턴을 채용하는데, 각각 3월이나 9월에 시작해서 6개월동안 일하게 된다. 한 라운드 마다 20명이 좀 안되는 인원을 뽑는데, 유럽회사라 그런지 대부분이 유럽에 있는 학교에 다니는 애들이었다. 첫 날 오티에서 시니어가 인턴들 한명한명씩 소개를 하며 각자 포트폴리오에서 어떤 프로젝트는 어땠고, 어떤 부분이 회사와 잘 맞을 것 같아서 뽑았고 등등을 짧게 리뷰해주는데, 진짜 이건 앞으로도 절대 잊지 못할, 또 어디에서도 절대 못 느낄 감동적인 경험이었다. 보통 매일 서버에 100개 정도씩 전세계 지원자들의 포트폴리오가 쌓인다는데, 이 정도 규모의 세계적인 회사가 정직원도 아닌 인턴 포트폴리오를 그렇게 세심하게 리뷰하고 뽑는다는게 좀 신기했다. 사실 포트폴리오 리뷰는 학교에서도 안해주는데 회사 리크루터한테 그런 피드백을 듣는다는게 참 귀한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나의 경우엔 gsd 첫학기 코어 때 했던 보스턴의 마스터플랜을 좋게 봐주었고, 그래서 비슷한 컨텍스트의 waterfront 마스터플랜 프로젝트 팀으로 배정받게 되었다.
mvrdv는 프로젝트 지역이나 성격에 따라 회사를 안에서 다시 여러 개의 스튜디오로 나눈다. 그리고 각각의 스튜디오마다 상당히 독자적이고 다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직원을 새로 뽑을 때에도 각 스튜디오의 개별적인 채용 프로세스가 있고, 담당하는 founding partner들도 다 다르다. 내가 속한 곳은 위니마스가 담당하는 아시아 스튜디오였는데, 아무래도 최근엔 아시아에 프로젝트가 가장 많아보니 회사 안에서도 아시아 스튜디오 규모가 제일 컸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중국의 마스터플랜을 담당하는 작은 팀에 들어가게 되었다. 예전부터 중국 프로젝트를 하는게 그렇게 맘에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마스터플랜은 꼭 회사에서 제대로 해보고 싶었고 위니 소속 팀이라 프로젝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나까지 다섯명 정도 되는 그렇게 크지 않은 팀이었는데, 상하이와 항저우의 마스터플랜 공모전을 하게 되었다. 공모전이라 그런지 위니와의 미팅도 많았고 일정이 꽤 촉박해서, 인턴이어도 주니어랑 같은 취급을 받으면서 일하게 되었다. 좋게 말하면 인턴한테 잡일만 시키지 않고 디자인도 시키고 인디자인도 시켜서 좋았지만, 사실 인턴한테 돈도 잘안주면서 뭘 그렇게 바라는게 많나 싶기도 했다... 그래도 단순 프로덕션이 아닌 디자인 프로세스에 온전히 참여하고 배울 수 있었던 건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다만 아시아 스튜디오 자체에 중국인이나 한국인이 워낙 많아서 그 부분은 다소 아쉬웠다. 아시아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서양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디자인하는 새로운 프로세스를 경험해보고 싶었는데, 동양인들이 많다보니 접근 방식이 그렇게 신선하지는 않았고 익숙한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이 부분은 회사에 동양인 비율 자체가 상대적으로 적은 big와 반대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프로젝트마다 항상 팀을 새롭게 구성하는 big의 시스템과 달리, 지역별로 스튜디오를 정해놓고 프로젝트가 달라져도 팀의 구성이 크게 바뀌지 않는 mvrdv의 시스템이 더 좋은건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당연히 지역의 컨텍스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전문성을 유지하기엔 유리하겠지만, 프로젝트의 접근법이 항상 반복적이고 결국 결과물도 식상해지지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